작성자 군산시립교향악단
작성일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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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그의 자필 악보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전작인 8번 이후 거의 11년만에 작곡된 교향곡인데 단순한 시간차 말고도 베토벤 창작 양식의 커다란 변화 양상이 느껴지는 걸작 중의 걸작. 물론 베토벤 외에도 교향곡을 9개 혹은 그보다 많이 작곡한 이들은 있지만, 그 많은 제9번 교향곡들 중에서도 단연 대표적이다. 작곡 시기는 스케치까지 소급해 보면 무려 18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구상에 대해 타인에게 언급하기 시작한 공식적인 기록은 1803년 베토벤의 친구가 실러의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나와있다. 비슷한 주제로 따지자면 1795년에 작곡된 가곡 '사랑의 응답(Gegenliebe)' 까지 소급할 수 있다. 그후에도 이 곡의 여러 주제와 강하게 연관된 여러 스케치나 단편이 발견되었다. 일찍부터 교향곡이나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만드려는 생각이 있었던 듯한데 실현되지 못하고 자투리 형태로 다른 곡에 붙어 가는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베토벤이 작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영국의 런던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교향곡 작곡을 구체적으로 부탁한 1817년인 듯하다. 1817년 전까지만 해도 동생 카스파가 지병으로 죽고 조카 칼의 양육권 문제 때문에 카스파의 아내인 요한나와 법정에서 대판 싸웠고 그 여파로 창작 활동까지 정체된 상황이라 속도는 꽤 더디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장엄미사를 비롯한 여타 곡도 겹쳐서 작곡되고 있었고 때로는 이런 여러 작품을 미리 완성하고자 작곡을 중단하기도 했다. 1823년 말이나 1824년 초에 최종으로 완성했다고 추정한다. 합창단이 추가로 편성된 탓인지 종종 '합창'이나 '합창 교향곡' 이라고도 불리지만, 베토벤 자신은 이런 제목을 붙인 적이 없고 합창 등 성악을 교향곡에 도입한 것도 베토벤이 최초가 아니다
1악장은 지나치지 않은 알레그로에 아주 약간 장엄한(Allegro ma non troppo, un poco maestoso) D 단조로, 일단 소나타 형식이지만 기존 소나타 형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엄청나게 팽창된 구성을 취한다. 베토벤은 이미 자신의 중기 이후 교향곡에서도 전개부와 종결부의 팽창 양상을 보인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전개부는 거의 180마디 이상으로 늘어나 있고 해당 부분만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뉠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된다. 주제 제시부의 끄트머리에 도돌이표를 달아 반복하게끔 하는 관행을 생략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우주의 시작을 연상하게 하는 신비한 호른의 화음과 현악기의 트레몰로로 시작한 후 주제가 전변에 걸치지 않고 일부에 국한되게 제시되면서 점차 부풀어 오르면서 장대한 1주제가 마침내 나타난다. 처음 제시된 1주제가 마무리되고서 이 과정이 다른 조성으로 한 번 더 제시된다. 금번에는 주제가 마무리되지 않고 전개되는데 이후 플루트의 짧은 경과구를 거쳐 B♭ 장조의 2주제가 이어진다. 이어서 장대하고 당당한 B♭ 장조의 코데타로써 제시부를 마치는데 기존 관행과 달리 도돌이표 없이 전개부로 즉시 넘어간다. 이어지는 재현부에서 클라이맥스를 구축한다. 신비스럽게 시작하는 제시부와 달리 재현부에서는 모든 악기가 투티로 연주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이어지는 경과구와 2주제는 D 장조로 이어지지만 그 뒤에 따라붙는 코데타는 D 단조로 결론이 난다. 그 뒤에 따라붙는, 1악장의 종결부는 여타 교향곡 대다수의 1악장의 코다보다 팽창되어 있다. 이 종결부는 점진으로 고조되어 여타 교향곡 대다수의 1악장과 비슷하게, 1주제의 단편을 두드리면서 1악장을 장엄히 마친다.
2악장은 7번의 3악장과 버금가는 상당히 빠른 속도의 ABA 3부 형식 스케르초인데, 팀파니의 경우 이전 악장의 통상 조율법인 으뜸음-딸림음(D단조 기준 라(D)-가(A)) 대신 3음 옥타브(낮은 바(F)-높은 바) 조율법을 택하고 있다. 이미 8번 4악장에서 보여준 아이디어였는데, 여기서는 첫머리에서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의 솔로로 갑툭튀해 청자들을 놀래키고 있다. 그리고 푸가 등 대위법 논리에 따른 진행이 주가 되는 것도 특징. 참고로 윈도우 XP를 깔면 '내 음악' 폴더에 들어 있는 2개의 샘플 음악 중 하나가 이 곡이다. 이 2악장은 삼엄하다는 말로 정리되는 1악장, 유유자적한 3악장, 반전이 많다라는 단어로 정리되는 4악장에 비해 느낌에 대한 개인차가 심하다. 즉 사람에 따라서는 명랑하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섬뜩한 공포음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A부분은 매우 빠른(Molto Vivace) D단조에 소나타 형식으로 우선 오케스트라 전체가 2악장 A부분의 리듬을 4번이나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1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순으로 제1 주제가 대위법 논리로 제시된다. 이어서 조성을 다장조로 옮기는 경과구 이후 호른과 목관악기들이 제2 주제를 제시한다. 이후 전개부로 들어가 클라리넷과 바순, 그다음에 플루트가 제1 주제를 다른 조성으로 어레인지한다. 이어서 조성이 라단조로 복귀해 제1 주제의 어레인지가 이어진후, 갑자기 포르테로 팀파니의 연타 위에서 현악기들이 제1 주제를 연주한다. 이어서 제2 주제가 이어져 일종의 재현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서 B부분으로 바로가기하는 A부분의 코다가 이어진다. B부분은 급속도로 빠른(Presto) D장조로, A-B-A-B-A의 론도 형식이다. 우선 제1 주제가 오보에에 나타난 후, 첼로와 비올라에 제2 주제가 나타난다. 이어 제1 주제가 조금더 긴 분량으로 나타난 후, 제2 주제가 나타난다. 이어 제1 주제가 나타난 후 평화스러운 코다를 통해 B부분을 마친다. 이어서 다시 A부분이 반복된 뒤, 제1 주제의 변주로 시작하고 B부분의 템포로 템포를 바꾼 후, 마지막 3마디를 통해 2악장을 매력적으로 끝내는 종결부가 나타난다.
3악장은 주제를 내놓고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변주곡 형식인데, 다만 통상 하나만 내놓는 주제를 2개로 증설했다. 조성이 B♭장조로 바뀐 만큼 팀파니도 B♭-F의 으뜸-딸림 조율법을 택하고 있는데, 끄트머리에는 두 개의 북을 동시에 연주하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연주법도 보여준다. 이 천국적이고 달콤하며 여린 3악장이 강대하고 스케일 큰 4악장 앞에 병치되어 있어, 심각한 1악장 뒤에 병치된 안 심각한 2악장과 어떤 의미로는 대칭형이다. 다시 말해, 1악장에서 매우 심각하고, 2악장에서 심각성이 사라지고, 3악장에서 제대로 나사 풀린 뒤, 4악장에서 다시 심각성이 생기는 것이다. 우선 목관의 2마디의 대위법적인 서주 이후 바이올린이 아주 느리고 노래하는 듯한(Adagio molto e cantabile) B♭장조의 아주 달콤한 제1 주제를 명상하듯이 연주한다. 여기에 대해서 관악기의 조용한 화성을 통한 메아리가 풍미를 더해준다. 이 제1 주제 이후 느리지만 어중간한(Andante moderato) D장조에 3박자로 화해서, 격조 있는 제2 주제가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이어진다. 이어 제1 주제에 대한 변주가 이어진 후, 제2 주제를 플루트가 G장조로 반복한 후, 클라리넷, 바순, 호른과 현의 피치카토 반주로 구성된, 제1 주제를 분석적으로 변주한, 느린 속도의(Adagio) 두번째 변주가 이어진다. 이것은 처음에는 E♭장조, 그다음은 E♭단조, 그다음은 B장조이다. 결국 제1 주제에 대한 세번째 변주로 넘어가기 직전에는 B장조인 것이다. 이어 제1 주제에 대한 세번째 변주가 앞서와 같은 빠르기의(L'istesso tempo) B♭장조로 이어지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음표가 빼곡하다. 이 변주 이후 종결부가 이어지는데, 종결부는 갑자기 웅장한 선율이 등장하며 3악장이 지금까지 간직해온 조용함을 파괴하려 든다. 그러나 곧바로 바이올린의 단편적인 애수적인 악상이 진행되고, 제1 주제의 변주가 이어진 뒤, 다시 웅장한 선율이 울린다. 이후 비올라가 그 부분의 리듬을 연주하며 슬픈 이행부가 이어진 뒤, 다시 B♭장조로 돌아가 제1 주제의 변주가 이어지고, 곧바로 조용한 종결악절이 이어져 매우 여리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강대한 4악장으로 연결된다.
마지막 4악장의 경우 연약한 3악장과 반대되는 강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3-4 악장의 관계는 약소한 2악장 앞에 병치된 1악장과 대칭형이다. 악보만 보면 참 간결하게도 3악장과 같은 변주곡 형식인데, 거기에 삽입 주제를 삽입한 론도 형식의 논리를 더하고, 성악은 교성곡 양식을 결합한 것. 하지만 이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중에서도 극악한 연주/지휘 난이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며, 유럽 음악사를 통틀어봐도 손에 꼽게 어려워서, 당대에는 인간은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지금은 이 교향곡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예전 만한 악명을 자랑하진 않으나, 어쨌든 정말 어렵고, 번스타인과 빈 필하모닉의 연주를 뛰어넘는 연주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 방증이다. 이렇게 어려운 곡이란 평 처럼 곡 분석도 굉장히 난해하다. 악보만 보고 보면 정말 단순하지만 실제로 곡을 파악하려 하면 골머리가 깨지려 한다. 4악장이 유난히 난해한 것은 이 악장이 베토벤이 평생 쌓은 음악의 정수를 쏟아부은 시험적 악장인 것 뿐만 아니라, 베토벤이 말년에 청력을 거의 상실하여 커다란 나팔을 보청기 삼아 귀에 대고 음표 하나하나를 따로 연주하도록 시켜가며 음을 검증해서 곡을 써내려갔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4악장 연주를 들어보면, 모든 음이 마치 음 하나하나를 악기마다 따로 녹음한후 나중에 믹서로 합쳐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4악장을 가장 잘 연주했다는 평을 듣는 번 스타인 & 빈 필하모닉 연주 녹화본을 들어보면 이 특징이 특히 잘 표현되어있는데, 녹음은 물론 녹화본 자체의 보존 부터가 극히 불량한 영 좋지 않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악기 마다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 악기들이 죄다 구분이 된다! 이것은 성악 파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며, 아예 4인 중창이 서로 다른 멜로디를 노래하는 느낌을 준다. 악장 전체에 걸처 음의 세기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도 이 악장의 아주 특이한 점이자 난이도를 폭증시키는 원인이다. 라우드니스 워의 영향을 받지 않던 시절의 녹음을 들어보면 음 세기가 작은 부분은 아무리 볼륨을 높여도 안 들리다시피하는데 세기가 큰 부분은 귀청이 찢길 수준으로 씨끄럽다. 때문에, 소리간의 세기 차이를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연주 전체가 망가진다. 곡이 진행 됨에 따라 곡의 멜로디도 급변하며, 각 멜로디들이 얼핏 느끼기엔 서로 관련성이 없는 것 같을 정도라서, 악기마다 다른 음을 따로 연주한걸 다 따로 녹음해서 나중에 합친 정도가 아니라, 악기마다 연주하고 있는 멜로디 마저 전부 다른 수준이다. 이는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한명한명 서로 전혀 다른 곡을 연주하고 부르고, 그걸 다 합친 하나의 연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과 다름 없다. 즉, 소리 하나하나가 뭉치지 않고 전부 구분되면서도 하나의 곡으로 들려야 하니 쉬울래야 쉬울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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