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군산시립교향악단
작성일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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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7번
-베토벤 음악 인생에길이 기억될 초연 연주회-
베토벤이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한 1812년은 그의 작품 활동이 주춤하기 시작한 시기다. 1802년부터 1809년까지 7년간 베토벤은 다섯 곡의 교향곡과 현악4중주곡 ‘라주모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등의 걸작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1809년에도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와 현악4중주 작품74, 피아노 소나타 ‘고별’ 등 걸작들을 계속 발표하며 지칠 줄 모르는 창작의욕을 과시했으나 1810년부터 차츰 작곡의 속도를 늦춰갔다. 그러던 중 1812년 4월 13일에 드디어 4년간의 교향곡 공백기를 깨고 몇 곡의 음악을 다 합쳐놓은 것만큼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담은 [교향곡 제7번]을 완성해내면서 교향곡 작곡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1813년 12월 8일, 빈 대학 강당에서 이루어진 [교향곡 제7]번의 초연무대는 베토벤의 경력에 있어 길이 기억될 만한 연주회였다. 연주 당시 부악장을 맡았던 작곡가 슈포어가 남긴 위의 증언을 보면 [교향곡 제7번]을 지휘할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날 공연은 베토벤의 공연들 가운데도 기억에 남을 만한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연주 당일 베토벤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관객들이 환호한 작품은 [교향곡 제7번]이 아니라 그날 공연에서 함께 연주된 [웰링턴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흔히 ‘전쟁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웰링턴의 승리]는 메트로놈의 발명가 멜첼이 고안한 ‘판하르모니콘’이란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전쟁’과 ‘승리’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팡파르, 군대의 호출, 대포소리, 전쟁장면 등이 단순하게 묘사되고 마지막 종결부의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로 인해 대중들은 이 작품에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웰링턴의 승리]보다 [교향곡 제7번]이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했던 베토벤은 청중의 이런 반응에 실망했고, 빈 신문에서 [교향곡 제7번]을 가리켜 [웰링턴의 승리]의 “들러리 작품”이라 칭한 것에 몹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대 청중이 [교향곡 제7번]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특히 장송행진곡 풍의 2악장에 열광해, 베토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2악장을 다시 한 번 연주하기도 했다.
[교향곡 제7번] 1악장은 매우 길고 복잡한 서주로 시작된다. 1악장의 서주는 그때까지의 교향곡에서는 거의 들어볼 수 없었던 가장 거대한 서주로, 신비로운 화음과 계속되는 음계, 목관악기에 의해 반복되는 단순한 모티브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독특한 부점 리듬형이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템포는 매우 빠른 비바체로 바뀌고 마치 춤곡과도 같은 리듬형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대개 4/4박자로 되어있는 일반적인 교향곡의 1악장과는 달리 [교향곡 제7번]의 1악장은 바로크 춤곡 ‘지그’(Gigue)를 연상시키는 6/8박자로 되어 있어 특별하며, 여기에 팀파니까지 리듬의 향연에 가세해 집요하게 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광포함을 더한다. 그야말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이라 할 만한 광란의 춤곡이다.
알레그레토(Allegretto, 조금 빠르게)라는 애매한 템포로 설정된 2악장은 장송곡 풍의 독특한 음악으로 초연 당시 청중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청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2악장이 시작되면 목관악기의 불안정한 화음에 이어 저음 현악기들이 장례행진을 연상시키는 리듬 주제를 연주한다. 저음현의 어두운 음색이 침통한 분위기를 더하는 가운데 어느새 제2바이올린 파트가 끼어들어 주제를 연주하고, 저음현은 또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 제2바이올린과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악기들이 끼어들 때마다 감정의 깊이는 더욱 강해지며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들인다. 2악장 중간 부분에서 클라리넷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잠시의 위안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저음 현악기들은 계속해서 장송음악의 리듬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3악장은 베토벤 음악의 역동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 스케르초라 할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만으로 흥분을 일으키며 그 과격한 리듬은 21세기 청중에게도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준다. 때때로 강한 악센트와 제2호른의 갑작스런 돌출 등 예상치 못한 반전에서 베토벤 특유의 블랙유머도 느낄 수 있다. 반면 3악장의 중간에 등장하는 트리오 부분에선 현악기가 지속음을 연주하는 사이 목관악기들은 한층 이완된 리듬을 선보이며 역동적인 스케르초 부분과 대비된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트리오 부분에선 출렁이는 목관악기의 움직임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4악장은 처음부터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강렬한 리듬으로 충격을 준다. 마치 완벽한 기계장치가 돌아가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어느 정도 규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악장에선 특히 약박을 강조하는 규칙적인 악센트와 반음 모티브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저음현의 독특한 움직임에 주목해보자. 다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칠고 사나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4악장은 베토벤의 가장 자극적인 교향곡을 마무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압도적인 결론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8번
베토벤은 거의 같은 시기에 작곡을 마친 교향곡 제7번과 교향곡 제8번 중에서 8번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의견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아마 7번이 베토벤 음악의 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8번은 신구의 조화가 절묘하다. 특히 안쪽의 두 악장이 그러하다. 3악장에서 베토벤은 주로 사용했던 빠른 스케르초 대신 오래된 스타일의 미뉴에트로 회귀했다. 한편 2악장에서는 당시 처음 출현한 메트로놈의 똑딱거리는 소리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바깥의 악장들은 우아함, 장난기, 위트에 무뚝뚝함도 엿보인다.
피날레는 구조가 독특한데, 듣는 이를 당황하게 하면서 감정을 고무시키기도 한다. 한편 미뉴에트에서 중심적인 트리오가 등장하는데, 호른과 클라리넷이 경쾌한 첼로와 함께 아름다운 대화를 나눈다. 이 부분은 베토벤이 비록 청력은 잃었을지언정 소리의 울림은 잊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 7번은 들리는 그대로 이해하면 되지만, 8번은 아름다움과 간결함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곡의 핵심을 정확하게 규정 지을 수 없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주제를 내놓는 방법이 다소 불규칙적이고 종결부도 길게 잡아당겨놓는 등 꽤 파격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고전시대 논리로는 딸림음(dominant. 5도권)이나 버금딸림음(subdominant. 4도권) 중심의 관계조로만 주로 이동하는 조성이 여기서는 굉장히 자주 바뀌면서 오히려 추진력을 얻게끔 하고 있다. 원래 느린 악장이 오는 것이 일반적인 2악장도 '약간 빠르고 장난스럽게(Allegretto scherzando)' 라고 기입했는데, 관악기가 8분음표를 규칙적으로 끊어 연주하는 동안[2] 현악기 위주로 진행된다. 형식은 여기서도 기본적으로는 소나타 형식을 쓰고 있지만, 주제 제시 이후의 전개부-재현부-종결부가 극단적으로 압축되는 변칙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장 짧고 간결한 대목이지만, 당대에는 무척 충격적으로 평가받은 모양. 3악장은 4번에서처럼 고전 시대 교향곡의 미뉴에트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데, 속도도 고전 미뉴에트와 거의 비슷하고 구성도 ABA의 아치형 3부 형식을 쓰고 있다. 이 곡에서 가장 보수적인 대목이지만, 가끔 약박이나 중간박에 강세를 주면서 3박의 리듬감을 종종 불안하게 하거나 약화시키는 모습도 보여준다. 마지막 4악장은 론도 형식을 쓰고 있지만, 주제들이 뒤엉켜 발전하는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기존 론도 형식이 아니라 소나타 형식과 이종교배시켜 6번의 5악장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1악장에서 보여준 잦은 조바꿈도 다시 나타나고 있고, 팀파니의 경우 기존의 으뜸음-딸림음(I-V도 관계. F장조 기준으로는 바(F)음과 다(C)음) 조율 관행을 깨고 옥타브 으뜸음(낮은 바음과 높은 바음)으로 조율하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도 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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