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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국책사업 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없다.
작성자 ***
작성일07.03.07
조회수1815
첨부파일
(펌)대형국책사업, 실패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 허정균
“일단 공사 벌이고 보자”는 막개발사업 국민혈세만 낭비
| 2007·01·24 23:03 |
자연해안선이 살아있는 서천군 바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 바다를 메워 해수면보다 높게 하여 육지로 만드는 일은 건설업계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공사판이다.ⓒ허정균
장항산단과 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결과가 시화호나 화옹호처럼 실패한 사업으로 결론이 나도 처음 정책을 입안한 사람이나 정책집행자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만약 내 돈으로 사업을 벌인다면 만에 하나 실패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렇게 함부로 돈을 쓰자고 하지 못할 것이다. 환경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건교부 산하 한국토지공사는 장항산단 조기착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방 자치체 관료들과 관변단체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간척사업으로 망한 동아건설
1970년대 후반 이란에서 일어난 회교혁명의 여파로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은 서둘러 철수해야 했다. 건설경기 침체하자 철수한 건설장비의 활용방안으로 1980년 정부는 동아건설과 현대건설에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내주었다. 인천시 서구 경서동과 연희동 일대 총 1천1백만평의 갯벌과 서산 천수만 갯벌이었다.
농지를 늘려 식량자급을 해보겠다는 게 사업목적이었지만 이들이 농사를 지어 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용도변경하여 땅장사를 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농림부의 동아건설의 용도변경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간척농지의 용도변경 땐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농림부장관이 승인하도록 되어있는데 동아건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같은 시기에 간척사업을 벌인 현대건설의 서산간척지도 용도변경을 요구해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용도변경을 허락하는 것은 ‘국기를 흔드는 문제’라며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동아건설은 거부로 알려진 미국 대중가수 마이클잭슨을 초청하여 투자를 하도록 한다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1999년 5월 농업기반공사는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건설로부터 문제의 땅 370만평을 6,355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건설은 2000년 11월 최종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 많은 인구’라는 말이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이는 한편으로 국토면적확대라는 개발논리에 날개를 달아주어 간척사업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미 인천매립지와 동아건설의 예를 보면 이같은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장항갯벌에서 재연되는 개발 청사진
이후 민간기업이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얻어 자신의 자금을 들여 간척사업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시화지구에서의 실패에 이어 화옹지구와 새만금에서 간척사업이 강행되었다. 이유는 이 사업의 시행청이 수자원공사나 농업기반공사 등 공기업이며 실패해도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타당성도 없는 장밋빛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면 언론은 이를 여과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새만금갯벌에 이어 충남 서천의 장항갯벌에서 똑같은 일이 재연되고 있다.
토지공사는 장항갯벌을 메워 산업단지를 들어앉히면 생산효과가 5조4천억에 이른다며 공사의 조기착공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100% 입주ㆍ분양을 가정해서 산출한 것으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토지공사가 매립한 인근 군산산업단지도 분양율이 25%에 머물고 있고, 서해안 도처에 산업단지 만든다며 매립한 땅이 널려 있는데 아직도 땅이 없어서 공장을 못짓는 것인가. “나중에 결과야 어찌되든 나와 상관없으니 우선 공사부터 시작하자”는 소리로 들린다.
장항산단의 추진세력은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 또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군산산업단지를 조성하면 군산 인구가 70만으로 늘어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24만이며 점점 더 줄고 있다. 오히려 서천군의 3,000여 어민들만 평생직장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국민혈세 지키는 납세자소송법 필요
시화호를 건설하는데 1조 원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원래 목적인 담수호를 조성하는 데 실패하고 해수 유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실패한 정책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 혈세는 눈 먼 돈이 된다. 이후 화옹지구에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 했으며 새만금에서 재삼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의 서해안에는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괴상한 호수가 3개나 생기게 되었다.
2004년 여권 일각에서는 납세자인 일반 시민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예산낭비 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해 불법으로 유출된 예산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돼 주목을 끈 바 있었다.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납세자 소송법을 발의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눈먼 돈이 아니라면 그 정책에서 실패했을 경우 그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을 모두 책임지게 만들어 놓는 장치가 필요하다. 장항갯벌 매립 문제를 두고 이러한 장치가 더욱 절실하다.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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