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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설날 부모님 묘전에서
작성자***
작성일07.02.20
조회수1817
첨부파일
2007년 설날 부모님 묘전에서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내 기억이 시작될 무렵부터 그 나무는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무의 그늘은 아주 컸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 그곳에서 뜨거운 햇살을 피해 여름을 보냈으며, 겨울에 그 나무는 나 대신 눈과 비를 맞아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것이 나무의 당연한 본분이라 생각하고 나무의 배려 속에서 자랐습니다.
나무는 시간이 지날 수록 예전의 위용은 간 데 없고 줄기는 가늘어졌으며 잎은 완연히 바랬습니다. 새들도 더 이상 나무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느새 나를 키워준 나무보다도 더 커버린 또 다른 나무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키웠던 그 나무처럼 내 그늘 속에 조그만 나무 두 그루를 심은 뒤에야
그 나무가 나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당신도 힘드시면 제게 기대세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 당신도 이제 제 그늘에 오셔서 쉬십시오. 그러나 이제 아버지.. 당신은 안 계십니다. 내가 깨달았을 때 이미 아버지는 아득한 언덕 너머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아버지.. 언덕 너머엔 무엇이 있습니까..?
바라건대 언덕 너머엔 좋은 세상이 있었으면 합니다. 당신과의 시간이 이것으로 끝이라면, 제게는 너무나 힘든 고통만이 남을테니까요.
언덕 너머엔 그리운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하는 그런 세상이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아버지.. 언덕 너머엔 무엇이 있습니까..? 당신이 떠난 뒤 세상은 제게 눈물과 회한뿐인 것을요....
아버지.. 생각나시는지요..? 제가 어렸을 때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나란히 누워 함께 누워 별을 보곤 했지요. 최근에도 당신과 함께 보던 별들이 잘 있나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생활에 쫓겨 까마득히 잊고 지냈지만 저도 기회가 닿으면 아버지의 손자와 함께 그때 보던 별을 보려 합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당신이 제게 보여준 사랑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버지.. 당신은 징그럽다 하겠지만 요즘의 저는 당신을 한번 꼭 안아보고 싶습니다. 한번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시간은 없었습니다. 단지 표현하지 못하고 늘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설 명절 잘 들 보내셨는지요.?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 입니다. 몸은 피곤하시겠지만 마음만은 뿌듯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님들...*^^* 이제 오늘부터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또 다시 힘차게 출발할 수 있길 바라옵고. 월요일 같은 화요일 오늘 하루도 기쁨이 충만 되는 날 보내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