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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망자의 병원비

작성자 ***

작성일07.08.23

조회수1740

첨부파일
제목: 칼럼 2007.8.8.수

어느 망자(亡者)의 병원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정모씨(53)는 지난해 사망한 부인의 전북대학병원의 병원비 때문에 매일 매일 고통을 받고 있다.

정씨의 부인 안모씨는 지난해 9월 희귀난치성 질환인 혈소판감소증으로 사망했다. 안씨는 수년 전부터 전북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그동안 병원비만도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병원비 마련으로 집안 살림도 거덜이 난 상태다.

안씨는 숨지기 전 병원비 가운데 약 300만원을 지불하지 못한 채 퇴원했다. 그 뒤 안씨는 밀린 병원비 때문에 전북대학병원에 입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남은 병원비를 갚지 않고는 전북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씨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대학병원측은 안씨의 남은 병원비를 받아내기 위해 숨진 안씨의 병원비를 모 신용정보회사에 넘긴 것이다. 이 신용정보회사는 병원을 대신하여 전문적으로 돈을 받아주는 곳이다.

안씨의 장례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씨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당장에 돈을 갚지 않으면 이라는 문자메시지도 수없이 날아왔다.

어느 때는 전혀 쉴 틈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정씨는 이때부터 전화만 오면 덜커덜컥 놀라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 벨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린 것이다. 건강했던 정씨는 급기야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지금도 정씨는 병원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정씨는 그동안 부인의 치료비 때문에 생활이 무척 어려운 지경이다. 남은 가족과 생활하기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씨는 최근까지 병원비로 45만원을 입금했다. 아직도 남은 병원비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한편 숨진 안씨는 의료급여법에 의한 였으나 전혀 혜택을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기초수급자 선정기준을 다소 초과하는 차상위계층 중 희귀난치성 만성질환으로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료급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안씨는 전북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안씨는 지난 2005년 8월 31일자로 1종 차상위의료급여 특례자로 선정됐다.

차상위의료급여 제도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실시해 왔다. 차상위 계층 가구에 속한 사람 중 희귀, 난치성질환자 및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만성질환자는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상위 계층 가정의 12세 미만 아동도 질병 유무에 상관없이 의료급여수급자(2종)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동이 희귀, 난치성 질환자인 경우는 1종의료급여 수급자로 선정되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1종 차상위의료급여 특례자로 선정된 경우 의료기관 이용시 전액무료(비급여 제외)이며, 2종 차상위의료급여 특례자로 선정된 경우 의료기관 이용시 본인 부담액이 매우 적다.

차상위의료급여 특례자로 선정된 사람은 건강보험이 자동 상실되고 의료급여증이 별도로 지급된다. 나머지 가구원은 기존 건강보험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밖에도 의료비대불금제도, 장애인보장구급여비, 본인부담상한제, 장애인의료비 등 의료급여법상의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은 백혈병, 혈우병, 파킨슨병, 만성신부전증, 각종 암 등이 해당되며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 정신질환 등이 해당된다.

희귀난치성질환자는 1종으로, 만성질환자는 2종으로 지원되고 있다. 1종은 병 의원 이용시 전액 무료이고, 2종은 보건기관 무료, 의원(투약) 1,500원, 입원진료는 진료비의 15% 부담이다. 단, MRI, 초음파 등 비급여 항목은 해당되지 않는다. 비급여중에서 식대의 80%도 지원되고 있다.

차상위계층 환자들 가운데 현재 6월 이상 치료를 받고 있거나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사람들은 관할 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에 신청하면 된다.

한편 차상위의료급여 수급자 사망시에는 25만원의 장제급여까지 하고 있다. 2004년 1월 1일까지 소급 적용하여 지급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숨진 안씨의 병원비는 오히려 환급을 받아야 한다고 정씨는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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